순간의 꽃 고은 작은시편
KBS 책을보다TV 박웅현 추천!
"처음 읽고 줄 친게 열개 였어요
그 다음에 다시 읽었더니 스무개로 늘구요,
다시 읽었더니 오십 개로 늘어요, 그런 책입니다"
고은 시인의 짧은 시 185편을 묶은 신작 시집 『순간의 꽃』
제목처럼, 이번 시집에는 순간순간의 무궁 속에서
시인이 맛본 감응과 깨달음이 선(禪)과 시(詩)의
아슬아슬한 경계를 타고 터져나온다
고은 1933년 전북 군산에서 출생
1958년 <현대문학>에 <봄밤의 말씀>, <눈길>
<천은사운> 등을 추천 받아 등단한 이래
<고은시전집>(전2권), <고은전집>(전38권)
연작시 <만인보>(전26권), 서사시 <백두산>(전7권)을 비롯
시, 소설, 평론, 평전 등에 걸쳐 150여 구너의 저서를 간행
미국 하버드대 하버드엔칭 연구교수
버클리대 객원교수, 경기대 대학원 교수
서울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 역임,
현재 단국대 석좌교수, 유네스코 세계 시 아카데미
명예위원회 위원, 한겨레사전 남북한 편찬위원회
위원장으로 있으며 국내외 시단에서 창작활동중,
만해문학상, 대산문학상, 중앙문예대상,
한국문학작가상, 단재상, 유심작품상, 대한민국예술원상,
스웨덴 시카다상, 캐나다 그리핀공로상, 황금화환상 등 수상
나는 선을 모른다
그저 지식이 입에만 붙은 지해종도에
지나지 않는다 고은 선생의 새 시집 <순간의 꽃>은
일종의 선시집이다 제목도 없는 단장들을
죽 잇대놓은 이 시집은 시진의 몸을 통해 순간순간 나툰 감응과
깨달음의 정화, 그 순정한 관찰록이다
그래서 이 시집이 열어놓은 언어의 숲길을 소요하다보면,
알음알이에 골몰하다 지식의 포로가
되어버린 우리 같은 지해종도도 찰나찰나로 사는
일이 곧 몰록몰록 수행의 길이라는 점을
종이에 물 스미듯 시나브로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
정녕 고은 선생은 여전히 일초선사인것을!
특히, 이번 시집에서 고은 시의 언어와
현실은 주종관계가 아니다 현실이 언어와 어떤
인과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아니다 언어와 현실 사
이에는 시차가 거의 없다 말해지는 순간 세계가 나타나고,
보는 순간 단박에 언어가 들러붙는 경지이다
고은의 시들은 뉘엿, 해가지고, 초승달이 힘차게 빛나는
밤의 시간 속으로 진입해 있다 이 밤의 언어들은
짧은 탄성에 가깝지만 왼시에서 너무 멀리 나와
버린 해(낮)의 시대에 대한 전복적 성찰을 내장하고 있다
고은의 시들은 내려오면서, 올라갈때 (즉 낮에 볼수 없
었던 꽃을 발견하고 있다 '쉿, 꽃이진다'
무죄다, 어린이가 늙은이 속에 자꾸자꾸 태어난다
'참다운 빈 몸'이다 무죄다
쉿, 꽃이 진다!
그저 눈 깜짝할 사이라는 그 순간의 어여쁜 의미
'순간'의 '무궁'을 노래한다